우리의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

시사인 기사 17세 소녀의 ‘두 문장’, 독일을 달구다 에 나온 독일소녀의 트위터 내용이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국 언어(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빈꿈 님의 블로그에도 코딩 교육보다 시급하게 필요한 교육들이 있다 - 노동법, 부동산, 금융 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두 글의 맥락은 비슷하다. 교육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세금, 집세, 보험, 노동법, 부동산, 금융 등의 지식은 초중등 과정에서는 지나치게 어렵고 그 자체로 각각 거대한 학문이다. 관련업종 종사자인 내가 배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금융이며 경제이다. 재미 없는 노동법을 고등학교에서 배운다고 해도 실제로 직업을 가질 때까지의 시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효용은 떨어진다. 그리고 이 지식들은 짧은 기간 내에 그 정의가 쉽사리 변하는 것들이기에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배우기는 적절하지 않다. 요점은 그 지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느냐와 해당 지식을 적용할 시간대가 가까이 있느냐이다.
물론 빈꿈 님의 말처럼, 특강 같은 방식이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선에서는 꽤 괜찮을 것지만 정규과정은 학생들에게 부담만 안길 수 있다.
반면 초중등까지의 교육은 다음의 지식을 위한 기반시설 같은 존재이며 쉽사리 그 진리가 변하지 않는다. 게임용어로 이야기 하자면 패시브 스킬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워두면 언젠가는 쓰게 된다거나 다른 지식을 배울 때 도움이 되는 기반 지식들이며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 큰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교과 과정이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식을 배우는 우리의 교육 방식에 있다. 이해하기 보다는 외워야 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교육의 모습이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의 10년도 그럴 것이다. 이런 열약한 교육환경에서 교과과정을 추가한다는 것은, 글쎄, 학생들에게 짐만 더 얹어주는 모습이 아닐까.